반도체/반도체 칩렛(Chiplet)

(기사) AI 붐에 따른 GPU 품귀로 '칩렛' 기술 각광

Ever New 2023. 9. 18. 06:06

'챗GPT' 열풍으로 시작된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높아지면서 반도체 패키징 기술인 ‘칩렛(Chiplets)’이 각광을 받고 있다.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반도체를 연결하는 기술로 AI 기업들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를 피해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돌파구로 ‘칩렛’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AI 열풍으로 반도체 제조사들은 레고 블록처럼 여러 개의 칩을 하나로 연결하는 칩렛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시장의 변화는 AI의 등장이 계기가 됐다.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결과를 도출하는 챗GPT 열풍으로 데이터센터 및 서버 기업들의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또 보다 성능이 뛰어나면서 전력 소모도 적은 반도체의 필요성도 커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반도체 산업은 집적회로 선폭을 줄여 칩을 작게 만들고 전력 소모를 줄이는 초미세화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선폭 크기를 줄일 수 있는 물리적 한계에 도달하면서 더 이상 작게 만들기가 어려워진 데다 회로 간 거리가 가까워지며 누설전류가 흐르고 공정 난도가 상승하는 등 수율 문제도 증가해 대안이 필요했다.

이에 반도체 업체들은 여러 개의 칩을 하나로 연결해 비용을 줄이는 후공정  패키징 기술인 칩렛에 주목하게 됐다.

칩렛은 여러 기능을 갖춘 칩을 결합해 하나의 칩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기존 시스템온칩(SoC) 구조가 하나의 칩에 여러 기능을 결합해 만든 것이라면 칩렛은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칩들을 하나의 패키지로 만드는 기술이다.

칩렛의 가장 큰 장점은 동일한 성능을 가진 반도체를 훨씬 낮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칩렛 기술을 이용하면 작은 다이에 분할 생산 후 다이를 이어 붙이는 방식을 통해 수율을 개선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반도체에 여러 회로가 들어갈 경우 결함이 하나만 생겨도 불량이 되는 만큼 반도체를 작게 만들어야 수율 향상에 유리하다.

무엇보다 개발이 효율적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칩을 기능별로 쪼개 놓았으니 핵심 기술이 들어간 칩 외의 다른 칩들은 구매해서 사용하면 된다. 즉 개별 업체는 핵심 기술 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셈이다.

칩렛은 GPU, CPU, 메모리, 전력 및 통제제어장치 등을 필요에 따라 결합하면 되기 때문에 빠른 설계와 제작이 가능하다.

인텔 데이터센터 GPU 맥스 ‘폰테 비키오’ (사진= 인텔) 출처 : AI타임스(https://www.aitimes.com)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칩렛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인텔은 최근 강력한 슈퍼컴퓨터에 사용될 47개의 칩세트를 갖춘 ‘폰테 베키오’(Ponte Vecchio)라 불리는 프로세서를 선보였고, AMD도 지난 13일 대형언어모델(LLM) 등 생성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가속을 위한 서버용 칩인 '인스팅트 MI300X' GPU를 공개했다. 해당 제품은 TSMC 5나노급(N5) 공정에서 생산된 칩렛 12개를 결합했다.

최근 TSMC도 대만 내 첨단 칩렛 후공정을 담당하는 공장 가동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장에서는 HPC, AI,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첨단 시스템 반도체에 특화된 제조라인이 가동된다.

칩렛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전쟁'을 벌이는 주요 전장이기도 하다.

시장조사 업체 욜그룹은 2027년까지 마이크로프로세서의 80%에 칩렛 스타일의 디자인이 사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는 아시아 업체들이 패키징 기술을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약 12%를 차지하지만, 패키징에 국한하면 3%에 불과하다.

이에 미국은 정책적으로 관련 산업을 밀고 있다. 지난해 통과된 반도체법(CHIPS Act)에 첨단 패키징 공장에 대한 지원 내용이 포함된 점이 대표적이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지난 2월 “칩들이 작아질수록 칩들을 배열하는 패키징이 더 중요해진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미국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무부는 현재 패키징 공장을 포함한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을 받고 있고, 첨단 패키징에 대한 연구 프로그램에도 자금을 할당하고 있다. 일부 패키징 회사는 자금 지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18억달러(약 2조5000억원) 규모의 공장 확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보조금이 꼭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인테그라테크놀로지도 그중에 하나다.

중국도 반도체 공정 미세화가 미국 견제로 가로막히자 칩렛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1위 반도체 IP 기업 베리실리콘은 최근 자국 AI 반도체 스타트업 블루오션에 반도체 설계자산(IP)을 대거 공급했다. 공급한 IP는 범용 중앙처리장치(GPGPU)와 신경망처리장치(NPU)가 주축으로 모두 칩렛 구조를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블루오션은 칩렛 구조로 고성능 AI 반도체 칩을 개발할 방침이다. 블루오션이 개발하는 AI 반도체는 단순 공정으로 따지면 10나노 안팎으로 추정된다.

중국 팹리스 룽손도 칩렛 기반으로 CPU를 개발하고 있으며, 중국 스타트업 바이렌테크놀로지도 칩렛 기반으로 GPU를 개발했다.

중국 기업의 칩렛 개발 행보가 빨라진 것은 미국의 견제를 돌파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공정에 대대적인 규제를 걸었지만 설계와 패키징 쪽은 상대적으로 제재가 덜하다.

첨단 공정으로는 고성능 칩 개발을 할 수 없으니 칩렛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이 칩렛 기술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게 된다면 미국이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도 제재를 가할 가능성도 짙다.

중국은 이에 대비한 독자적인 칩렛 표준도 마련,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중국은 '중국칩렛리그'라는 자체 연합체를 구성, 자국 내 종합반도체기업(IDM)과 IP, 패키징 업체를 참여시켰다.

인텔, 구글, ARM, 퀄컴, 삼성전자, TSMC 등이 연합한 칩렛 표준단체 'UCIe'에 대응, 중국 자체 칩렛 표준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최근 독자적인 칩렛 연결 인터페이스 표준인 'ACC 1.0'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 기반의 TF인터내셔널 증권은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입장에서 칩렛은 병목 현상을 돌파할 수 있는 핵심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출처 : AI 타임즈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52367)